- 힘든 계절을 이겨낸 생명체
▲ 돌탑. |
정기적인 걷기는 사랑이 꽃핀다.
지난 22일 오전, 옛 생각을 떠올리며 벽방산 정상(해발 650.3m)에 오르니 아름다운 풍광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서북(고성레미콘)쪽으로 6∼7분 내려가니 잔돌과 큰 돌을 적절히 섞어 쌓은 돌탑이 필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 안내판 |
이 공든 탑은 고성읍에 거주하고 있는 박 모 씨가 2001년 5월부터 1000 여일 동안 감로수로 목을 축이면서 혼자의 힘으로···
크고 작은 돌탑이 무려 21여 기에 이른다.
공든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어느새 23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강풍에도 버틸 수 있는 돌탑을 쌓아 올릴 수 있는 높이는 밑면의 넓이가 결정한다고 한다.
▲ 이끼 |
돌탑 주변은 보송보송 초록 잎을 뽐내고 있는 이끼도 눈에 띕니다. 오밀조밀 자라는 이끼들에 싸여 유독 길쭉한 줄기가 올라와 그 끝에 작은 꽃봉오리로 추정되는 부분이 초롱초롱하다.
무슨 꽃이 이리도 작을까. 이끼에서도 꽃이 핀다는 건 처음 알았다. 현재성을 실감케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 감로수. |
이끼는 학문적으로 꽃을 피우지 않고 번식하는 포자식물에 해당한다는데 이건 꽃이 아니고 무엇일까? 헷갈린다.
돌탑에서 정상을 거쳐 ‘의상암’으로 내려갔다. 의상암(義湘菴)은 벽방산 기슭 620m에 위치한다.
▲ 표지석 |
지금으로부터 1400년 전 신라 무문왕 5년(서기 665년) 의상대사께서 ‘초창’ 하여 ‘의상암’이라 칭한다.
암자 좌측 아래에는 의상대사께서 참선하신 자리인 ‘의상선대’가 있다.
옛사람들은 아무리 예쁜 꽃향기도 백리정도 가고, 좋은 미주도 천리밖에 못 간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고 했다.
이 암자에서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원점회귀 했다.
고성읍에서 박 할아버지와 인터뷰를 했다. “돌탑을 차곡차곡 쌓는 동안 마음이 편안했다”면“우리 삶의 스토리는 고정된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경된다”라고 얘기를 했다.
▲ 목련 |
구성옥 기자 k003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