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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옥의 산행일기 425] 자연의 시계

기사승인 2021.01.11  12: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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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풍광.

지난 1월 9일 오전 2시쯤 지리산 중산리 들머리인 ‘통천길’은 강한 바람에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다.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의 동물인 인간에겐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필자는 체온 유지용 방한복, 모자, 장갑, 헤드렌턴 등 미끄럼방지를 위한 아이젠에 몸을 의지하고 하얀 돌계단 길을 즐겨본다.

   
▲ 새벽 등산객.
   
▲ 운무와 태양.

어쩌면 인생도 산을 오르내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르막 돌계단을 견뎌야 내리막이 있듯이, 힘든 순간들을 인내하고 극복하면 삶의 진실에 더 가까이 가는 길인지 모른다.

칼바람이 산기슭과 능선을 휘젓고 다니며 오만한 포효를 해보아도 겨울 산의 의연함을 범하지는 못한다.

   
▲ 악어 입 형상을 만들어 냈다.
   
▲ 흡사 어머니가 아이의 추운 몸을 녹여주는 듯 하다.

눈길산행이라 정상(Altitude;1915m)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예상보다 1시간정도 늦어지긴 했지만, 무난히 통과한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웠다.

오전 6시 40분쯤 ‘꼭지점’에 겨우 도착했다. 산 정상 영하 30도 안팎. 강추위에 눈까지 내려 올겨울 최강한파가 제대로 실감이 납니다.

정상의 높이보다 3m가량 밑,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바위틈에서 모자, 장갑, 방한복 등을 갈아입고 빵과 따뜻한 커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생각보다 몸이 따뜻해진다.

   
▲ 등산객.
   
▲ 등산객.

해 뜨는 아침, 오랜만에 세상이 하얗다. 나무들이 하얀 수지침처럼 꽂혀 있다. 그 풍경에 눈을 거두기 어렵다.

겨울이 되어야 우리는 산 그 자체를 본다. 억 만 장 나뭇잎의 무게를 덜어내고 창살처럼 서 있는 나무들, 그 사이사이로 속살을 드러낸 산을 본다.

강추위에 파랗게 질린 하늘을 기대고 서 있는 나체의 겨울산은 숭엄하기까지 하다. 순간 운무에 휩싸인다.

   
▲ 법계사 까치집.
   
▲ 부부등산객.

하산길, 해발;1700m 지점에서 다 사용한 ‘핫팩’ 3개를 배낭 속에 넣었다.

지리산 법계사경내에서 까치가 거칠게 울어댄다. 은근히 마음이 쓰인다.

높다란 나무 위에 지어진 까치집이 눈에 들어온다. 때마침 몰아치는 거센 바람, 휘청거리는 나뭇가지 위의 까치집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불안하기 그지없다.

까치집은 외관상 어설퍼 보이자만 자연에서 배운 과학적 지혜가 담긴 건축물이다.

   
▲ 필자의 지인.
   
▲ 자연.
   
▲ 필자.

보통 까치는 나뭇가지를 겹치게 하나씩 쌓아 가면서 원형 모양의 둥지를 짓는데 나뭇가지가 계속 쌓일수록 얽히면서 견고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둥지를 짓는 초반엔 나뭇가지가 잘 역이지 않다 보니 계속 가지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한다. 인내를 갖고 계속 쌓다 보면 둥근 방석 형태의 구조가 어느 정도 갖춰지고 그때부터 둥그런 외벽을 올린다.

이 과정에서 까치집 아래 떨어진 나뭇가지의 양을 보면 까치의 나이를 어림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 정상에 선 필자.

막 분가한 초년생 까치들은 숱한 시행착오가 불가피하지만 참을성 있게 집을 짓는다.

여러 번 집을 지어 본 고참 까치들은 진흙을 조금씩 발라 튼튼하고 아늑한 집을 만든다. 까치집에 숨은 과학을 알수록 자연의 섭리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오후 3시께 중산리주차장에 도착했다. 길고 힘들었던 긴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큰 사람이 하는 일은 비록 속도가 더뎌도 크고 알차다. 올해가 바로 그런 기대를 갖게 하는 흰 소의해, 신축년(辛丑年)이다.

의과학의 발달 덕분에 코로나가 창궐한 지 1년여 만에 첫 백신이 나왔다. 의약과 인연이 깊은 소의 해가 그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구성옥 기자 k0034@daum.net

<저작권자 © 고성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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