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과 함께 산을 오르기로 한 날이다.
고성 갈모봉 정상(368m)까지 가쁜 숨을 몰아 쉬면 정상에 올랐다. 모처럼 미세먼지 없이 맑고 햇볕이 따뜻한 날이었다.
▲ 갈모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자라만 바다 |
점점이 흩어 놓은 섬들을 바라보니 잠시나마 일상적인 것들과 완전히 단절된 듯한 그 느낌이 좋다.
새로운 차원에 와 있는 것 같아 무척 상쾌하다.
보통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오늘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갈모봉정상에서∼영선재까지 4.8㎞ 구간의 난도는 보통이다.
자주 다니던 길인데 오늘은 더 부드럽고 편안했다.
탁 트인 경관이 펼쳐질 때마다 마음은 급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단풍의 낙하 장면을 목격한다.
자연의 질서 앞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내려놓고 비워 내는 것도 때가 맞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때의 내려놓음은 새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 갈모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
낙엽 속에 발이 빠진다.
갈색 이파리가 하나 둘 스틱에 꽂혔다가 빠져나기를 반복한다.
양옆으로 뻗어 나온 나뭇가지는 끊임없이 스틱과 손목을 훑고 지나갔다.
자연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이 코스를 안 걸어본 사람은 모르는 깊은 멋이 있는 경험이었다.
구성옥 기자 k003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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