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루떡 바위 |
등산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비축해주고 체력 향상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더없이 좋다.
‘해발 m’라는 수치만으로 산을 파악할 수는 없다. 언제나 가장 자연적인 모습으로 서 있는 산은 인공에 익숙한 우리에게 낯선 고난을 주는데, 진실한 한 가지는 땀 흘리는 만큼 정상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이다.
지난 29일 오전, 소풀산 기슭부터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 천천히 시루봉(해발; 542m)에 올랐다. 한동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가을 날씨가 찾아왔다.
▲ 전망대. |
전국적으로 낮 최고 기온이 25도 안팎이라 아직 여름이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 하루 평균 기온이 20도 밑으로 떨어지고 다시는 올라가지 않아야 비로소 가을이 시작됐다고 본다.
하지만 기온이 갑작스럽게 10도 가까이 뚝 떨어진 탓에 체감상 쌀쌀하게 느껴진다는 사람이 많다.
시루봉 전망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당항만을 기점으로 구절산, 거류산, 벽방산이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벤치에 모 일간지 신문이 아닌 구문이 되어 놓여 있었다.
⯁기사들을 훑어보았다. 글귀가 마음에 와닿는다.
▲ 야생화. |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고 성공한 사람 중 한 명인 워런 버핏은 나이 칠순이 됐을 때 이런 말을 남겼다. 돈과 권력, 화려한 직업보다 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숫자에 인생의 성공이 다렸다는 것이다.
이어 우리 인생은 봄꽃 백 번 보지 못하고 대자연의 흙으로 돌아가는 허무한 인생인데 영원한 존재인 줄 알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여기서(시루봉) 송계마을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돌의 형상이 시루떡 같은 바위가 보인다. 바위의 이름은 먼 옛날 사람들에 의해 불리며 전해진 것.
시루떡 바위 옆에서 벌집(사진)과 벌들을 만났다. 필자의 세심한 시선은 가을의 변화를 따라간다.
▲ 벌집과 벌 |
벌집을 발견하면 절대 건들지 말 것, 벌집과 접촉했을 때는 머리 부위를 감싸고 신속하게 20∼3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줄행랑, 알러지 반응으로 호흡곤란이나 혈압강하 등이 관찰되면 즉시 119에 신고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나무가 우거진 길섶을 걷다 보니 탐스러운 밤송이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이거 작은 밤인가보다’하고 주웠다. 두꺼운 껍질이 갈라져 있어 손으로도 금방 벗겨진다.
우리의 인생도 사계절의 자연을 닮았다. 봄바람을 타고 새움이 돋아나는 봄은 유년∼ 청년이고, 울창한 숲으로 우거진 여름은 장년이고, 찬바람이 일고 낙엽이 지는 가을은 노년이다.
인류(동물)의 오랜 역사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법을 배운 이들이 승리했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구성옥 기자 k003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