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기는 두뇌의 휴식이고, 창의적 아이디어의 샘물이다. |
지난 18일, 걸어간 코스는 거류산 정상∼장군샘∼편백나무 숲∼임도∼마애약사불 등이다.
늦여름의 끝을 잡고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해 걸었다. 걷기는 두뇌의 휴식이고, 창의적 아이디어의 샘물이다.
거류산, 거류산성(경남 문화재자료 제 90호)지점에서 서·북쪽으로 약 580m 떨어진 사면에는 커다란 암석군이 산재한다. 이 중 제일 큰 암석 전면에 ‘마애약사여래좌상’이 새겨져 있다.
그렇다면 이곳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고 무슨 일이 있었을까? 놀랍게도 이곳은 오래된 절터이다. 이곳에 둥지를 틀었던 절의 이름과 창건· 폐망 시기에 대해서는 전혀 전하는 내용이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커다란 암(사진) 중앙에‘마애약사불’이 새겨져 있다. 좌·우로 틈이 벌어져 있지만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는 편이다.
이 지점은 해발 380m이다. 입구에서 여기까지 길은 고즈넉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길이다. 길섶 곳곳에 작은 돌탑들이 쌓여 있다. 자연에는 참 많은 풀꽃과 나무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다.
오솔길을 거닐면서 나무가 뿜어내는 천연의 피톤치드 향기에 취해 나조차도 나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 ‘마애약사여래좌상’ |
그런데 일면식 하나 없는 50대를 ‘마애약사여래좌상’ 앞에서 우연히 만났다. 오늘날에도 조금 알면 그 실력을 남 앞에 내세우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등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한 사람들, 제발 좀 잘 난 체 말고 숨은 선행자들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이 같은 인간의 복잡다단한 삶에는 그의 주장이 맞지 않는 면도 있다.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어렵게 산속에 살면서 가축을 길러 어려워 공부를 중단하는 학생들에게 거액의 장학금을 내어놓는 사람 이런 분들이 숨은 선행자가 아닐까.
▲ 두꺼비. |
옛 어른들이 알면서 겸손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라 하시더니 참 옳은 말씀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참 봉사자의 선행이 숭고한 까닭이다.
잠시 후 하늘을 다 가릴 정도로 뻗은 소나무들, 그 많은 나무 덕분에 나를 옥죄어 오던 복잡한‘반감’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제대로 된 숨을 크게 쉴 수 있었다.
우리는 생각해보면 자연의 혜택과 감사함을 늘 잊고 지낸다.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다. 다른 이들 덕분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까먹고 살아간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영원한 것이 있다고 착각하기에, 거기에 집착하게 되고, 또 거기서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잘못된 생각, 뒤바뀐 생각들이 우리 삶에 차고 넘친다. 이 모두가 전도몽상이다.
구성옥 기자 k003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