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군에 있는 거류산(居流山, 해발 571.7m)은 산세가 ‘마터호른’을 닮았다 하여 ‘한국의 마터호른’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거류산(居流山), 옛날 옛적에 규수(閨秀)가 부엌에서 저녁밥을 짓다 바다로 걸어가는 산을 보고 놀라‘산이 걸어간다’고 소리쳤더니 산이 그 자리에 멈춰섰다는 황당하면서 신비함을 담은 거류산의 전설이 구전으로 전해진다.
알프스 마터호른(Matterhom),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 양쪽에 걸쳐 있는 봉우리 중 하나다. 해발고도 4497m, 마터호른은 ‘초원의 봉우리’라는 뜻이다.
거류산이 알프스의 깎아지른 듯이 삼각형으로 서 있는 산, 마터호른을 닮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오전, 바쁠 일도 없는 산행길이라 온갖 들꽃과 눈 맞춤을 했지만 이름을 다 알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야생화 때문에 눈이 호사했다.
특히 거류산 정상에서 바라본 당동만은 흡사 한반도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고성읍과 드넓은 고성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통영의 사량도는 뱀의 모습으로 물 위를 헤엄친다.
거류산 정상을 뒤로하고 5분 후 거류산성 옆에 정교한 돌탑이 눈에 들어온다. 이 돌탑은 고성에 거주하는 허모(52)씨가 혼자의 힘으로 5년 동안 돌탑을 쌓고 있다.
이곳도 우리 선조들의 애환이 담긴 돌탑처럼 보인다.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하늘을 찌를 듯한 소망! 오늘도 돌탑 앞에서 합장하고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허 씨는 정교하게 돌탑을 쌓기보다 형식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돌 생김대로 마음의 돌탑을 쌓고 있다. 그동안 등산객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다. 산꾼들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길 빌어본다.
거류산은 소가야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전 소가야 때 자연지세를 이용해 신라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돌을 쌓아 만든 거류산성이 있다.
구성옥 기자 k0034@daum.net